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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길에게 묻다 - About Seeing The Painting

2011.09.29 - 10.30
YongSeok Oh | JaHyuK Yim | JiYeun Hong

JaHyuk Yim | Midwinter
2011
Acrylic on canvas
130.3x193.9cm



길에게 묻다


이렇듯 회화의 역사는 귀먹은 역사요, 미로의 역사요, 우회하고 탈선하고 겹쳐지고 돌연 질주하는 역사다. 회화의 역사를 귀먹은 역사라고 하는 것은 화가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화가가 원하는 그것이 구체적인 목표와 수단이 되기에 부적절하다는 뜻이요, 우리의 모든 유익한 활동을 위에서 굽어보고 있다는 뜻이다.

_  모리스 메를로 퐁티, 「눈과 마음」, 153p


 

미술의 역사 안에 회화는 공기처럼 존재해왔다. 또 그 오랜 흐름 안에서 우회하고 탈선하며 돌연 질주해왔다. 마치 계절의 순환처럼 으로 끊임 없는 소멸과 생성을 거듭하고 있다. 보다 넓은 맥락에서, 일단의 회화적 흐름의 소멸생성이란 때로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이로써 자연스레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게다가 근대를 넘어 현대로 진입하면서 시대적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기를 넘어선 이후에도 한참 동안 회화는 미술의 확고부동한 프리마돈나였다.

 

어느덧 시대는 그 변화하는 폭과 양상만큼이나 복잡하고도, 다채로운 담론과 그에 걸 맞는 새 매체들로 점차 무대 위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런 결과 회화의 여전히 상당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적 존재감이 결코 예전 같지 않게 된지 오래다. 이는 최근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최근이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미술계 전반의 대체적인 인식이나 흐름과는 다른 패턴을 보였던 한국 현대미술의 왜곡된 양상에 대한 자각이 차츰 확산되면서 비로소 그 문제 인식의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최근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양식과 담론의 차원에서 미술의 복잡성과 다채로움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차차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서의 문제 인식이란 회화의 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이다.

 

이번 길에게 묻다 About Seeing The Painting”전은 회화에 대한 현재적 가능성이 어디서 어떻게 가능할지를 자문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구상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회화를 선택하고, 또 이를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이는 곧 앞서의 맥락에서 회화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 현재적 생생함을 얻을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각각의 회화적 접근이 어디서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추적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한 작가가 취하고 있는 회화적 사유와 형식을 찬찬히 뜯어 보고, 거기에 스며 있는 생생함의 근거들, 이를테면 형식적 구성 혹은 내적 사유의 밀도 등을 따져 봐야 한다. 이렇듯 한 작가가 화폭에 담아낸 세계를 대면하고 그에 대한 스스로의 반응을 적극 성찰하는 것은 앞서의 질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길 찾기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특정한 방향을 지지하거나 지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회화에 대한 보다 폭 넓은 시야를 갖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오용석, 임자혁, 홍지연 이 세 명의 작가들은 각자 매우 상이한 회화적 스타일을 갖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의 회화적 접근법 역시 그 스타일 만큼이나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서는 그들의 회화를 살핌에 있어 가능한 형식적인 맥락화를 크게 염두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형식적 틀을 하나하나의 선택 가능한 단어들로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고, 그래 그 선택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