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잔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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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장석준 개인전 - Flat-city

2015.09.03 - 09.23
Sukjoon Jang






갤러리잔다리는 2015년 9월 3일부터 23일까지 장석준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평평한 도시-FLAT CITY>를 진행한다. <평평한 도시-FLAT CITY>는 장석준 작가가 디지털 이미지로 그려내는 또 하나의 도시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그가 수집한 디지털 이미지들로 만들어 낸 디지털 도시 풍경화를 뜻하며, 나아가 이 시대의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종류의 평면 매체가 담아내는 이미지의 세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현대인의 일상적 시각 경험을 지배하는(잠에서 깨어 휴대폰 스크린 위로 시간을 확인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평평한 스크린, 그리고 그러한 디지털 환경에 현실이 반영되고, 다시 디지털이 현실을 간섭하면서 상호 작용하는 동시대 도시 자체를 상징한다.



장석준의 작업은 도시 이미지 수집에서 시작한다. 아니, 수집보다 채집이 그가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더 잘 설명한다. 방법에 있어 수집이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간접적 방법으로 이를 모으는 방식을 포함한다면, 채집은 주체가 직접 그 현장에서 관찰과 만남을 통해 대상을 얻는 활동의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가는 몸을 움직여 도시를 돌아다니며 직접 자신이 바라본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2005년부터 보여준 디지털 사진 평면화 작품에서 그는 도시에서 모은 이미지 대상들을 평면 위에 몽타주 형식으로 펼쳤다. 도시의 시각적 요소 중에 그가 주목한 대상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건물의 흰 벽, 상가의 파란색 셔터, 주홍빛 비닐 포장마차, 모텔촌 주차장의 알록달록한 가림막과 같은 산업 공정 시스템에 의해 정형화되고, 도시 속 일상에서 널리 통용되는 인공 요소들이었다. 우리의 눈에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 하나의 기호처럼 읽히는 색과 재질의 주변 사물들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풍경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들을 평평한 낱장의 이미지들로 채집하고, 이미지들의 집합으로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구성한다.


디지털 사진 평면화에서 작가가 도시의 풍경 속 고정된 사물들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보여주는 작품은 도시의 역동성에 주목한다. <스크린세이버-타이베이>는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제작된 작업이다. 공간에 들어서면 현란하게 움직이는 도시 풍경에 압도당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면 각 이미지 사이의 질서를 읽을 수 있다. 전체 화면 안에 일정한 크기로 나뉜 개별의 프레임마다 도시의 거리 풍경 영상이 흘러가고 있고, 이 영상 조각들은 마치 도미노 블록이 넘어가듯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차례로 재생된다. 작가는 달리는 지하철에 탄 채 창문 유리에 카메라의 렌즈를 밀착시키고 촬영한 풍경 영상들을 기차의 움직임과 같은 방향으로 밀면서 재생시킨다. 이는 보는 이에게 움직이는 차 안에 가만히 앉아 바깥 풍경을 보는 느낌과 함께 스스로 달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교차시킴으로써 매우 익숙한 듯 낯선 시각 경험을 만들어 낸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마치 풍경이 스스로 뒤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놀라움을 경험하게 하는 이 착시는 이동수단의 사용이 생활화된 현대인에게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 오히려 운동의 실제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한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흐름 속에서 잠깐 멈춰 섰을 때 자신이 종종 정말로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스크린세이버>라는 이 작품의 제목에는 현대 도시를 지배하는 역동의 과잉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담겨있다. “화면 보호기 같은 장치의 시각적인 효과는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가볍게 사라질 수 있는 일상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목적에 있기 때문에 차원을 나누는 순간 영상 서비스는 화려한 시각 장치를 반복하여 작동하지만 어떤 의미도 특별한 기능도 하지 못한다. (작가노트)” 그의 지적을 통해 지향점을 잃은 현대인의 속도에 대한 욕망이 만들어 내는 도시의 풍경과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디지털 환경, 그리고 그것이 다시금 풍경을 대하는 우리의 감각에 주는 영향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평평한 도시>는 드론이라는 촬영 장치를 이용해 제작한 영상 작품이다. 영상의 시놉시스는 드론이 땅바닥에서 출발해 지면과 수직으로 날아올라 점차 고도가 높아지면서 항공에서 지상의 풍경을 조망하고, 다시 지상과 가까워져 결국 출발점에 닿는 과정이다. 사실 비행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인공위성으로 지도를 보는 이 시대에 항공 촬영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점차 높아지는 드론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우리의 신체가 실제로 공중부양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새로운 시각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플랫시티>는 현대인이 흔히 사용하는 온라인 지도 보기 서비스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디지털 시각 체계와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실적 시각 경험 사이의 상관성을 보여준다. “온-오프라인 두 차원 사이에서 내가 위치한 곳, 실재하는 곳을 이해할 때 손쉽게 온라인의 지도 보기 서비스를 사용하여 그 장소와 그것이 관계된 정보를 얻는 현대인이 땅을 감각하는 태도에서 미디어로 도시의 일상의 구조를 재생하고 시점을 생산하는 현대의 풍경을 만드는 새로운 구조와 연계된다.(작가노트)” 작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삭제되고 생략된 이미지와 시간을 물리적 촬영으로 복원함으로써 우리가 온라인에서 풍경을 인식하는 태도를 상기시킨다. 한편, 땅 위의 한 지점에서 시작해 움직이는 동안 풍경은 파편으로 부서졌다가 극점에 도달했을 때 하나의 풍경으로 맞춰지고, 다시 부서졌다가 맞춰지기를 반복한다. 화면 위 풍경 조각들의 좌표를 흐트러뜨림으로써 생기는 부서진 풍경은 마치 디지털 화면의 비트 구조처럼 보인다. 디지털 이미지가 작은 비트의 단위들로 이루어지듯 일상의 파편들이 만나 우리가 사는 삶의 풍경을 이룬다.


풍경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바탕화면_노을> 작품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바탕화면_#노을>은 모자이크 구조의 정사각형 색 면들이 빠르고 불규칙적으로 변하면서 마치 화면이 반짝거리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디지털 액자에서는 <바탕화면_노을>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스크린에서 반짝이는 영상은 사실 작가가 촬영한 <바탕화면_노을>을 끌어당김으로써 매우 과장되게 확장한 비트들의 움직임이다. <평평한 도시>가 영상이 여러 개로 잘게 부서져 비트 구조를 이루었던 반면, <바탕화면_#노을>은 한 영상의 확대를 통해 풍경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비트를 드러낸다. 반짝이는 비트들은 사라질 숙명에 처한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단편들, 빛나고 소멸하는 인생과 닮았다. 또, 해가 뜨고 지는 일상 속에서 노을은 하루 마감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순간이다. 작가가 이 작업의 대상으로 노을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이 컴퓨터 바탕화면에 대표적인 이미지로 사용될 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감상의 대상인 이유도 아마 그게 아닐까? 작가는 “일상의 시간(을 담은 풍경)을 감각하고 감상하는 의미 있는 행위가 매일 흘러 소멸하는 풍경으로 그것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아이러니한 현대사회의 현상을 보여준다.(작가노트)”라고 말한다. <바탕화면_#노을>을 좀 더 바라보면 화면 위를 돌아다니는 커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커서의 움직임을 따라 화면이 밀리듯 이동하면서 이것이 화면의 프레임을 드래그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깊이가 제거된 풍경의 평평한 면 위를 유영하는 커서는 우리가 사는 도시를 여행하는 작가의 모습과도 같다. 이번 전시를 이루는 작품들의 출발점은 작가가 자신의 컴퓨터 폴더에서 찾은 파일들, 여행 중에 무의식적으로 찍은 영상들을 재발견하는 데에 있었다. 노을이 지는 하늘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기 위해 움직이는 커서처럼, 작가는 자신이 만난 풍경들을 다시 평면화된 풍경으로 마주하면서 빛의 풍경화로 그려내고 있다.             

배세은 (갤러리잔다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