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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조규성 개인전 - 분리된 풍경_Divided Landscape

2014.10.16 - 11.07
Kyusung Jo




카메라로 그려내는 시적 풍경


조규성 작가의 개인전 <분리된 풍경> 전시는 크게 작가의 두 가지 작업 시리즈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작가가 유럽 지역을 여행하며 자연을 배경으로 비눗방울의 모습을 촬영한 <버블>시리즈이고, 두 번째는 이번 전시명과 같은 제목의 <분리된 풍경>시리즈이다.

2007년부터 작가가 독일, 폴란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곳곳을 다니며 촬영한 <버블>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눗방울은 마치 합성처럼 보이지만 사실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만들어낸 실물이다. 수많은 색깔과 형상으로 일순간 존재했다 사라지는 비눗방울은 현존하는 물체 중에 무엇보다 환상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현실 속에 영속할 수 없는 비눗방울의 짧은 순간을 작가는 카메라로 포착하여 사진을 통해 실제의 공간에 고정시킨다. 매끄러운 표면은 안과 밖의 경계를 만들며, 자신을 거울로 세상을 비춘다. 부서지기 쉬운 안과 밖의 경계는 풍경 속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한편으로 그 풍경을 품고 있는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온몸으로 외부의 세계와 만나고, 세계를 반영하는 비눗방울에게 만남의 접점인 표면과 경계 자체가 자기의 정체성이다. 연약한 피부로 이뤄진 가벼운 몸체의 비눗방울은 자유롭게 세상 곳곳을 떠다니며 여행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유일한 인공적 존재인 버블은 자신의 안과 밖의 풍경을 분리하기도 하며, 두 풍경을 만나게도 하는 매개체이다.

한편, <분리된 풍경> 시리즈는 작가가 제주도의 바다와 백두산의 하늘을 촬영하여, 역사적 정치적 상황에 의해 분리되고, 선 그어진 자연을 하나의 화면 위에 다시 만나게 하는 작업이다. 조규성 작가는 한반도의 남단과 북단을 상징하는 제주도와 백두산을 여행하며, 이 땅의 끝과 끝인 하늘과 바다를 촬영하였다. 그리고 이를 한 장의 인화지 위에 이어붙임으로써 현실인 듯하면서 비현실적인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풍경은 자연의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그 공간이 가진 구체적 상황과 위치를 포함한다. 그러나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공간은 제주의 바다와 백두산의 하늘이라는 특정한 지역적 단서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고, 그보다는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순간에 더 집중하고 있다. 공기 질감과 빛깔, 바다의 파도가 만들어내는 겹과 결, 낮과 밤의 다양한 시간대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여러 얼굴, 그것은 시대와 현실의 문제들을 초월한 듯 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두 시리즈 <버블>과 <분리된 풍경>은 모두 작가가 여행을 통해 공간을 옮겨 다니며 카메라의 앵글에 담은 자연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에서 장소성은 정치적 공간보다는 의미적 공간에 가깝고, 지리적 공간보다는 은유적 공간에 가깝다. <버블>의 배경이 되는 자연은 인간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국경 지역, 경계의 지역이며 여행의 장소이다. <분리된 풍경>은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두 풍경의 만남을 통해 욕망으로 자연을 구획 짓고, 소유하려는 인간의 행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또한, 그는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아날로그 촬영 방식을 택하고, 그 안에 인위적 작용을 더함으로써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대비와 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카메라라는 인간의 도구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특정한 장소에서 삶 전체를 관조하는 시인의 시선이 그의 사진 위에 담겨 있다.

배세은 (갤러리잔다리 큐레이터) 





"먼 북녘의 가장 높은 지붕 위의 하늘과 제주 바다의 조합은 불가능에게 말을 거는 작업으로 읽힌다. 불가능은 불가능하여서 무한히 아름다운 법. 그 불가능으로 하여금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 또한 불가능의 기능일 것이다. 두 장면의 ‘이어붙임’으로 우리는 불가능을 추월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우리는 그 앞에서 아련하고 애틋해지고 만다. ‘거리’의 운명 때문에 우리의 현실은 애달프지만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는 것, 이 사진이 무한하게 열려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의 사진은 숲에 있다는 느낌, 바다에 있다는 착각만을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살아 꿈틀거리며 생동하다 못해 질감과 온도를 탑재한 풍경들이 코 앞에 바짝 다가서 있다는 느낌이 들어 후각마저 작동시키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의 사진을 통해 자연과 인사하는 방식을 배웠다. 조규성 작가는 그동안 답답해했던 우리의 속을 치유시켜 준다. 이제 우리는 그 방식으로 자연에게 인사할 것이다. 풍경도 그 품을 더 넓혀 우리를 포근히 안아줄 것이다. "

이병률 (시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