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잔다리

기능성 메뉴

  • HOME
  • ENGLISH
  • CONTACT
  • facebook

내용

Stranger than banana

2013.03.28 - 05.03
Minjune Baik | Starsky Brines





갤러리 잔다리는 <stranger than banana>3.28-5.3일까지 개최한다. 짐 자무쉬(Jim Jarmusch)의 영화 ‘stranger than paradise’에서 차용한 전시제목 바나나보다 낯선은 외적인 모양에서 오는 유쾌한 대상으로서의 바나나와 그것의 상징성, 즉 이면에 보이지 않는 구조가 가진 중의적 의미를 대비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행위가 진지한 태도를 보여줄 때 더 예술성이 있다고 믿는 단선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가벼운 웃음 속에 본질을 포착한 작품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사람들은 웃음을 좋아하고 거기에 속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폄하하고 웃음이 주는 위트와 명랑함에 거리를 두려 한다. 그리고 웃음은 일면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의 진지함과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예술도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대상을 통해 본질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웃음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현실의 진지함이나 인간내면의 본질이 암시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에서 위트가 생겨나고, 예술의 자율성도 확보된다.

 

우리가 웃음이라 일컬을 때에는 내면에서 유발되는 웃게 만드는 감정, ‘웃음의 감정 laughter emotion’을 말한다. 이것에는 익살스러움’, ‘우스꽝스러움’, ‘비웃음’, ‘천진난만함’, ‘유쾌한 감정등 다양한 종류들로 구성되며, 이는 굉장히 복잡한 인간감정의 층위를 나타낸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예술의 자율성과 맞닿아 있는 지점, 어떤 대상이 희극적인 것으로 표출되는 위트의 감정을 말한다.

 

웃음에 대해 이론적으로 고찰한 요아힘 리터(Joachim Ritter)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우스꽝스러움이란 기존의 질서체계나 규범에 대립되는 것, 하찮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규범적이거나 진지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엇을 암시하거나 삶에서 긍정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웃음은 무겁고, 사소한 것을 삶의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의 긍정화라고 표현될 수도 있다. 일종의 해학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어릿광대의 바보스러운 말과 행동에는 그것을 넘어서는 삶의 본질이 담겨 있다. 이로써 관객들은 유쾌함과 함께 내면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와 같이 위트나 익살은 암시와 소재를 통해 진지함을 불러일으킬 때 바로 희극적인 힘을 갖게 된다. 이는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상에서 보이지 않는 소재가 갖고 있는 본질을 끄집어내어, 사람들의 상상력을 일깨우고 삶의 질서를 융합하는 가교역할을 할 때 예술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스타스키와 백민준은 허구적 존재인 캐릭터 혹은 일상의 사물들을 차용하여 복잡다단한 인간내면의 심리와 삶의 본질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웃음미학의 관점으로 접근될 수 있는 작가들이다.

- 베네수엘라 출신의 작가 스타스키 브리네스(Starsky Brines)는 원색의 강렬한 색채감으로 다소 우스꽝스럽고 괴기스러운 형체들을 창조해 낸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있을 것만 같은 형상들은 조커처럼 분열된 모습을 하고 있어 마냥 웃음 지을 수 만은 없는 뭔가 섬뜩한 느낌마저 전해준다. 광대의 얼굴에서 볼 법한 빨간 코를 달고 있는 생쥐 같은 형체들은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접한 만화 캐릭터들이다. 자세히 보면 이들이 권총을 들고,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결코 유쾌하지 않은 복잡한 모습을 하고 낯선 호기심을 자아낸다.

 

스타스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형상들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에 어떤 공포감을 던져주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체가 주는 캐릭터들의 무존재성이 인간의 불안과 뒤틀린 심리를 내포하는 데에서 연유한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이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을 보며 많은 상념들이 떠올랐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색채와 형태의 뒤엉킨 형상 속에서 인간내면의 분열감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 백민준은 작업에서 미키 마우스와 같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이콘들을 통해 관람객의 시선을 친밀한 느낌으로 사로잡는다. 작가가 차용한 상징적 캐릭터들에는 시대가 원하는 것과 정제된 것, 정서와 욕망 등이 모두 결집되어 있다. 우리들의 현재적 삶이 투영된 대상들을 통해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며, 자신을 타자화하여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세속의 삶에 치이고, 서글픈 인간 존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지만, 아이콘의 유쾌한 모습 이면에 담긴 자기자신을 마주함으로써 수행의 길에 동참하게 된다.

 

작가는 캐릭터만 대상화한 게 아니라, 하찮은 대상들에도 가치를 불어넣는다. 즉 멸치에 존재감을 부여한다거나, 팝콘을 아름다운 벚꽃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일상에 널린 바나나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앨범자켓으로 제작하여 대상을 발견한 앤디 워홀처럼, 백민준의 작품들은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서 존재성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예술의 영역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 받게 될 때가 우리의 삶을 직시하는 순간이지 아닐까.

 

그렇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우스꽝스러움과 진지함이 교류하는 긴장감 속에 인간본연의 공포, 외로움, 불안과 슬픔 등을 포착할 수 있다면 희극적 차원에서 삶의 본질을 대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